후반부 늘어진 이야기를 최종회에서는 제대로 마무리짓길 바랐는데, 불필요한 이야기들과 과거 회상신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날려보내는 모습에 16회는 그동안의 애정 때문에 꾹 참고 봤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건 초반부터 쌓아온 서사들을 아무런 설명 없이 날려버렸다는 건데, 이건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같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모님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이미진(정은지)은 공기철(배해선)을 잡았음에도 저주가 풀리지 않는 모습에 미래를 계획했는데요. 여기서 의아한 점은 극 중 임순(이정은)으로 변한 미진의 나이는 50대인데, 요양원까지 생각하는 모습에서 '혼자만 시간이 빨리 가는 설정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여러 부분에서 '젊음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게 미진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지만, 저주마저도 이와 연관되니 그동안 말해온 고양이와 임순에 관한 이야기가 무의미해져버린.
저주가 풀리기 전 길에서 잠깐 고양이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것이 저주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과거 도가영(김아영)과 나눈 대화나 미진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기철이 미진을 순으로 착각(환영)하도록 설정한 것, 기철이 어린 미진에게 이모와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거나 기철이 '이미진, 임미진'이란 글자를 쓴 것 등 마치 미진이 순의 친딸이 아닐까, 그게 아니어도 미진의 저주에 순이 연관돼 있다고 떡밥을 던져왔는데, 이런 것들이 전혀 설명되지 않았죠.
차라리 미진이 저주에 풀리며 꿈에서 마주한 게 진짜 임순이었다면 이전의 서사가 좀 풀어졌을텐데,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내가 한 건 결국 네가 해낸 거잖아(순)", "네가 와줬으니까 할 수 있던 거였지. 나 혼자 못할 일들이었어(미진)" 등의 대화를 하며 저주가 걸린 이유도, 풀린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 건 너무하다는 느낌.
그렇게 저주가 풀린 미진은 기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했고, 24년 전의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나옥희, 고나흔을 살해한 것과 미진을 납치, 살해하려 한 혐의로 사형을 받으며 16회의 유일한 사이다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6개월 뒤 7급 공무원이 되어 계지웅(최진혁)과 같은 지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재회하는 장면도 너무 아쉽고, 후반부 몇 회를 둘의 갈등과 이별로 끌고 왔으면서 그 갈등은 온데간데 없고, 둘이 마주하자마자 다시 사랑하며 해피엔딩을 맞는 게....
최소한 이별 통보 후 긴 시간 힘들어한 지웅의 상처가 풀어지는 과정은 보여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미진이 떳떳한 모습으로 지웅을 만나고 싶어 시간을 끈 거라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됐을 때 바로 지웅을 찾아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최종회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 거라면 지웅과 미진, 둘 사이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해 얘기를 풀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극 내내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만 풀고, 서브 남주 고원(백서후)은 미진에게 고백한 이후 분량이 없어지더니 마지막회에서도 후반부 잠깐 한 장면으로 등장.
소개를 보면 정은지, 이정은, 최진혁 다음으로 이름을 올린 네 번째 주연배우인데, 분량은 중반까지 조연, 후반부는 단역. 다행히 첫사랑을 아프게 끝내지 않고 음악적 영감으로 잘 이겨낸 건 보기 좋았는데, 갑자기 분량이 사라져 아쉬웠던 것 같아요.
몇 달 간 정말 애정 있게 봐 온 드라마였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 특히 이정은의 연기에 참 많이 울고 웃었었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지어진 게 너무 아쉬워 오늘은 비평으로 글을 채웠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평을 한다면 올해 드라마 라인업 중 비교적 낮은 관심에서 시작한 작품이었음에도 초반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을 끌어올리며 최종회 11.7%로 2024년 JTBC 드라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점, 주연 뿐 아니라 조연들의 캐릭터에도 여러 서사와 특징을 넣어 재미를 살린 점(윤병희의 연기가 최고였음) 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의미 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16회 ♥ 결말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못보내 가지마 제발 후유증 오지네 (ft. 16회 결말)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혹시 최진혁 차기작 아시는 분 있나요? 드디어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보내야만 하는 그날이 왔고 어김없이 16회를 보기 위해 경건하게 티비앞에 앉았다. 후다닥 좋게 좋게 빨리 마무리되어서 계검과 미진의 꽁냥씬을 무한대로 보고 싶었건만;; 그럼에도 이렇게 꽉 닫힌 결말로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난 정말 좋았다. 이 드라마가... 처음에는 판타지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는데, 이정은의 미친 연기에 빠져들면서 최진혁한테 입덕하게 된다. 아니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다니, 그동안 몰라본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이미진을 바라보는 멜로눈깔도 미쳤고, 순간에 바뀌는 그 찰나의 표정도 기가 막혔다. 아... 후유증 오지겠다...
여러분, 이건 그냥 저의 넋두리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대로 후기를 못쓰겠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이 헛헛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임순의 모습으로 그토록 바라던 취업에 성공했을 때 너무 기뻤고, 내가 미진이다 말을 못하는 그 상황은 답답했지만 이게 이 드라마의 묘미라서 언제 밝혀지나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다.
드디어 작별을 고한 임순
미진의 몸에서 임순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그 장면... 와 진짜 눈물 한바가지 흘리면서 봤잖아. 알고 보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존재였기에 떠나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이정은님 연기는 감탄 그 자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왔지만 미진 역시 슬펐고, 그 감정들이 오롯이 전해졌다. 연쇄살인마도 사형을 선고받았고, 계검은 떠났다.
다시 재회한 ♥ 두 사람
내가 수사관님이랑 또가를 좋아하지만 시간이 없다 보니까 빨리 지나가라 이랬다니까... 아니 우리 주인공 좀 보여주세유 이러면서 기도했는데 6개월인가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이 나오더니 두둥~ 드디어 당당히 시험에 합격한 미진은 그렇게 같은 직장에서 마음에 두고 있던 지웅을 만나게 된다. 뭐 이후엔 직장에서 키스하고 난리났지, 뭐~ ^^
윤박이 잠깐 나오는데, 그의 플러팅을 철벽치는 정은지 왜케 귀엽냐. 또 그걸 몰래 엿보는 최진혁은 더 귀엽궁... 아... 이제 진짜 이들을 못보는 거야? 범인 추리하고, 언제 몸이 돌아오는지 친구들과 내기하면서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너무 슬프다. 못보내겠어. 가지마, 돌아와 제발... 작가님, 조금 휴식을 취하신 후 다시 시즌2 해주세요... 네?
검사님...! (감동)
난 마지막에 이정은을 클로즈업 한 연출도 대단했다고 본다. 이 의미있고 감각적인 디렉팅 너무 좋아. 하여간 여기까지 오면서 답답함도 많았지만 그런 거 다 모르겠고 주인공들이 다시 조우해서 환하게 웃으면서 끝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덕분에 행복한 날들이었다. 문제는 후유증... 어떡하니...